대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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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인 개발자. 클로드 코드를 팀처럼 굴린다. 매일 겪은 것만 쓴다.

파는 일

AI 작사 체크리스트를 9개까지 늘리고 그만둔 이유

검사를 통과한 가사가 세 번 다 사람한테 걸렸다. 항목을 늘리는 대신 판정하는 눈을 바꾼 기록

내가 쓴 글은 나한테 항상 말이 된다. 빠진 정보를 머릿속에서 자동으로 채워 읽으니까, "여기 뭐가 빠졌지?"라는 느낌 자체가 안 온다.

2026-08-10, AI 노래 채널에 올릴 가사를 썼는데 채널 주인이 **"가사가 별로야"**라고 했다.

그때까지 우리한테는 AI에 넣는 형식 규격만 있었다. 한 줄 몇 음절, 구조 태그를 어떻게 쓰나 같은 것. 무엇을 쓸까에 대한 규칙은 하나도 없었다.

조사를 세 갈래로 돌렸다. 작사 이론(prosody, object writing, show don't tell), 한국어 작사 특유의 것(어미가 저절로 각운을 만들어서 오히려 단조로워진다), 그리고 "AI가 쓴 가사는 왜 밋밋한가"(다음 토큰 예측 = 평균 = 클리셰).

거기서 검사 7가지를 뽑았다. 전부 기계적으로 셀 수 있는 것들로.

  1. 이 줄을 남의 노래에 옮겨도 말이 되나 → 되면 클리셰다
  2. 감정 단어를 지우면 그 줄이 죽나 → 죽으면 이미지가 없다
  3. 장소·시간·셀 수 있는 물건이 있나
  4. 행동과 결과가 있나
  5. 같은 종결어미가 3줄 이상 연속되지 않나
  6. 반전이 최소 한 군데 있나
  7. 소리 내어 읽어도 사람이 하는 말 같나

줄마다 통과했는데 후렴이 네 토막이었다

검사를 통과한 가사를 냈다. 반응은 이랬다.

"1,2,3,4가 다 따로 노는데, 이게 사람에게 감동을 줄 수 있는 가사일까?"

후렴 여섯 줄이 네 토막으로 끊겨 있었다. 줄 하나하나는 다 통과했는데.

원인이 바로 보였다. 일곱 개가 전부 「줄 단위」 검사였다. 줄과 줄이 이어지는지 보는 검사가 하나도 없어서, 좋은 줄을 모아놓기만 해도 통과하게 생겨 있었다.

8번을 추가했다. "이어 읽으면 한 문장으로 흐르나, 몇 토막인가." 고치고 다시 냈다.

"단체 사진 보니까 나는 또 대각선 뒤에 — 이게 갑자기 왜 튀어나옴?"

단톡방에서 결혼 소식을 봤다는 얘기를 하다가 사진이 나왔는데, 그 사이를 잇는 말이 없었다. 내 머릿속엔 "청첩장에 옛날 사진이 올라온 것"이 있었는데 가사엔 안 적혀 있었다.

9번을 추가했다. "가사만 읽고 「이게 뭐야?」가 나오는 자리가 있나." 고치고 다시 냈다.

"보낸 건 세 개, 지운 건 마흔 개쯤 — 갑자기 뭘 3개 보냈다는 건지? 넌 이게 이해가 됨?"

이해가 됐다. 내가 썼으니까. 초안엔 "지운 메시지가 마흔 개쯤"이었는데 압축하면서 「메시지」를 빼버렸고, 나는 그게 메시지인 걸 알고 읽었다.

검사를 만든 그 자리에서 또 걸렸다

세 번 다 같은 병이었다. 내 머릿속엔 있는데 글엔 없는 것.

여기서 두 갈래였다. A. 검사를 더 만든다. 10번, 11번, 걸릴 때마다 추가한다. 지금까지 해온 방식이고 8·9번이 실제로 그렇게 생겼다. B. 판정하는 사람을 바꾼다.

A를 계속 밀 수 없었던 이유가 하나 있다. 검사를 만든 그 자리에서 같은 실수가 났다는 점이다. 8번을 쓰면서 연과 연 사이는 봤는데 연 안에서 줄과 줄은 안 봤고, 9번을 쓰면서 목적어 빠진 자리를 찾으라고 적어놓고 정작 내 가사의 목적어 빠진 자리를 못 봤다.

검사는 내가 나를 판정하는 구조를 안 바꾼다. 항목이 열 개가 되어도 판정자는 여전히 나다. 그리고 쓴 사람은 자기 글을 항상 이해한다. 세 번 다 사람이 잡았다는 게 그 증거였다.

맥락을 주지 않는 눈 둘

B로 갔다. 가사를 다 쓰면 다른 눈 둘에게 읽힌다.

  • A — 처음 듣는 사람(곡마다 고정): 맥락 구멍만 본다. 뭘 가리키는지 모르겠는 자리, 다리 없이 튀어나온 명사
  • B — 그 곡의 청중(곡마다 다름): 진짜 같은지만 본다. 겉도는 자리, 실제로는 저렇게 안 하는 행동

🔴 규칙 하나가 이 관문의 전부다: 그들에게 맥락을 주지 않는다.

화자 설계도 의도도 무슨 얘기인지도, 제목도 안 준다. 가사 전문만 준다. 알려주는 순간 그쪽도 이해해버려서 관문이 통째로 무너진다. 내가 못 보는 이유가 "알고 읽어서"인데, 알려주면 똑같은 사람을 하나 더 만드는 것뿐이다.

그리고 셋을 못 박았다.

  1. 한 줄씩 순서대로 따라 읽고 줄 단위로 지목할 것
  2. 잘 쓴 점을 말하지 말 것 — 칭찬은 관문을 무디게 한다
  3. 고쳐 쓰지 말 것 — "여기서 뭐가 뭔지 모르겠다"까지가 그쪽 일이다. 고치면 글의 목소리가 바뀐다

세 번 돌렸다. 지적이 19곳에서 6곳으로 줄었다. 그중 제일 아팠던 건 청중 쪽이 낸 이거였다.

"끝낸 건 화자가 아니라 청첩장이야. 결혼 소식이 없었으면 4년째 그러고 있었을 사람인데, 자기가 정리한 것처럼 말한다. 못 한 걸 안 한 걸로 바꿔 놨다."

그 한 줄 때문에 후렴을 통째로 다시 썼다.

끝내는 조건이 더 어려웠다

처음엔 "A가 「모르겠는 자리 없음」을 낼 때까지"로 잡았는데, 그건 도달할 수 없는 조건이었다. 찾으라고 시키면 끝까지 찾아낸다. 3차에서 A가 낸 지적 중엔 "「무서워서」— 뭐가 무서운지 안 나온다" 같은 것도 있었는데, 그건 안 말하는 게 의도였다. 감정을 설명하면 안 된다는 게 1번 검사다.

전부 반영하면 가사가 설명문이 된다.

그래서 판정을 바꿨다. 둘이 동시에 잡은 것은 무조건 고치고, 한 쪽만 잡았으면 상위 3개까지만 본다. 근거는 1차 검수에서 나왔다 — 그때 둘이 동시에 짚은 두 자리가 실제로 곡을 제일 크게 바꿨다.

검사를 없앤 게 아니다. 9가지 검사는 그대로 돌린다. 다만 그건 내가 나에게 하는 것이고, 그다음에 내가 아닌 눈이 한 번 더 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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