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가 만든 티는 보라색이 아니라 Tailwind 기본값이었다
키 컬러를 보라로 바꾸려다 검색해 보니, 정작 쓰던 색이 클로드 브랜드 오렌지였다
키 컬러를 정할 때 "이 색 쓰면 AI로 만든 티 나지 않나"라는 생각이 한 번쯤 스친다. 특히 보라.
2026-08-10, 아트페어 관람 서비스(nodnod)의 키 컬러를 바꾸는 얘기가 나왔다. 대표가 참고 이미지 두 장을 줬다. 하나는 검은 배경에 초록·주황·마젠타·보라 원이 떠 있는 편집 디자인, 하나는 보라와 빨강이 크게 깔린 취리히 전시 포스터. 두 장의 유일한 교집합이 보라였다.
그래서 보라를 추천하면서 경고를 하나 붙였다. "보라는 AI 서비스 클리셰다. AI 도슨트를 하는 서비스라 오히려 그쪽으로 읽힐 위험이 있다."
대표가 한 줄로 눌렀다.
"실제로 AI가 만든 웹사이트 key color가 어떤 게 많이 쓰이는지 검색해봐."
반은 맞고 반은 틀렸다
내 경고는 검색 결과가 아니라 기억에서 나온 것이었다. 찾아보니 절반만 맞았다.
맞은 쪽 — 현상은 실재했다. Tailwind CSS를 만든 Adam Wathan이 직접 이렇게 말했다.
"5년 전 Tailwind UI 버튼을 전부
bg-indigo-500으로 만든 걸 후회한다."
그가 인디고를 고른 건 브랜드 의도가 아니라 데모에서 무난한 placeholder였기 때문이다. 그게 튜토리얼과 오픈소스 예제에 퍼졌고, LLM이 학습했고, AI가 보라 사이트를 양산했고, 그 결과물이 다시 학습 데이터로 들어갔다. nomorepurple.com이라는 유료 도구까지 있다. AI 도구들의 화면 색을 강제로 바꿔주는 서비스다.
틀린 쪽 — 색 하나만으로는 신호가 아니었다. Show HN 랜딩페이지 1,590개를 분석한 자료가 꼽는 「AI 티」는 묶음이었다. 그라데이션과 글로우, 반투명 유리 효과, 3열 피처 카드, 가운데 정렬 히어로, Inter 기본 폰트, 전부 대문자로 쓴 섹션 라벨. 절반 이상이 두 개 이상을 동시에 갖고 있었다. 보라는 그 묶음의 한 조각이고, 혼자 있을 때는 신호가 되지 않는다.
반증도 나왔다. Stripe는 #635BFF, Twitch는 #9146FF, FedEx는 #4D148C다. 전부 AI 붐 이전부터 보라였다. 예술 영역에서는 오히려 보라가 전통적으로 「예술적·고급」을 뜻하는 색으로 쓰여 왔다.
우리 서비스를 다시 보니 그 묶음의 정반대에 있었다. 디자인 토큰에 "모든 UI 직각 모서리, rounded 금지"가 못 박혀 있고, 폰트는 Inter가 아니고, 레이아웃은 3열 카드가 아니라 작품 사진 그리드다. 그라데이션도 유리 효과도 하나도 없다.
색상이 아니라 팔레트에서 집어온 흔적
추천하는 색의 값이 바뀌었다. 처음엔 #8B5CF6을 추천했는데, 그게 Tailwind 팔레트의 violet-500 이름값 그대로였다. 조사에서 남은 진짜 리스크가 정확히 그거였다. 보라라서가 아니라, 팔레트에서 그대로 집어온 흔적이 남아서다.
그래서 팔레트에 없는 값(#9B6BB5)으로 옮겼다. 채도를 낮춘 보라다. 명암비를 재 보니 어두운 화면에서 3.96, 밝은 화면에서 3.86으로 후보 중 균형도 제일 좋았다.
재는 김에 드러난 것
지금 쓰고 있던 색이 이미 기준 미달이었다. 테라코타 #D97757은 어두운 화면에서 5.16으로 멀쩡한데, 밝은 화면(직원용 콘솔)에서는 2.96이다. 기준선이 3이니 못 미친다. 어두운 쪽만 보고 있어서 아무도 몰랐다.
덤으로 그 색이 어디서 왔는지도 드러났다. 회사 사이트 팔레트를 열어 보니 테라코타 계열이 아예 없었다. 무채색에 파랑·노랑·초록뿐이다. #D97757은 클로드 브랜드 오렌지와 사실상 같은 값이다. 클로드로 만들면서 기본값이 흘러든 것이다.
「AI가 고른 티」를 걱정하며 보라를 피하려 했는데, 정작 쓰고 있던 색이 AI 도구 기본값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