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로그 연재를 접었다 — 무료 글이 파는 책과 같은 모양이었다
12편짜리 연재를 없애고 카테고리로 흩었다. 깊이가 아니라 모양이 문제였다.
검색으로 들어온 글에 05/12 가 붙어 있으면, 읽는 사람은 「나는 늦게 왔다」고 읽는다. 앞의 네 편을 안 읽었으니 이 글도 반쯤만 이해하게 될 거라고 넘겨짚는다.
블로그에 연재를 하나 굴리고 있었다. 작업 규칙을 어디에 어떻게 두는지를 순서대로 쓴 글 12편. 01, 02, 03… 번호가 붙고 다음 편으로 이어졌다. 같은 재료로 만든 전자책도 판다. A4 37쪽, 9,900원.
문서에 적어둔 경계를 다시 읽다가 걸렸다
둘의 경계는 이미 적어둔 게 있었다.
블로그 = 사고 하나 + 처방 하나(완결) · 전자책 = 그것들이 하나의 체계가 되는 과정
깊이로 가르지 않는다는 뜻이다. 블로그 글도 깊게 쓰되, 낱개의 사고와 처방으로 끝낸다. 그것들이 어떻게 하나로 엮이는지는 책에서 판다.
이 문장을 다시 읽다가 걸렸다. 「순서대로 읽는 연재」는 정의상 그 체계다. 01편부터 12편까지 번호를 붙여 이어 놓은 것 자체가 「이것들이 하나로 엮인다」는 선언이다. 무료로 주는 쪽이 파는 쪽과 같은 모양을 하고 있었다.
접자니 아까웠던 세 가지
연재에는 값이 세 개 있었다. 하나씩 재봤다.
하나, 한 편 읽고 다음 편으로 이어진다. 체류 시간이 늘고 광고 수익과 직결된다. 그런데 검색엔진 등록을 그날 처음 했다. 그전까지 밖에서 들어온 방문이 사실상 0이었으니, 연재를 순서대로 따라 읽은 외부 독자가 있었을 리가 없다. 「있으면 좋았을 이득」과 「있었던 이득」은 다르다. 이건 없던 이득이었다.
둘, 12편이 순서대로 쌓여 있으면 깊이의 증거가 된다. 12편이 한 줄로 이어져 있는 것과, 24편이 한 칸에 쌓여 있는 것 중 어느 쪽이 더 깊어 보이는가. 세어보니 후자가 더 컸다. 대체할 수 있었다.
셋, 전자책 안내가 연재 글에만 붙어 있었다. 판매 통로가 거기 매달려 있었으니 접으면 통로가 끊긴다고 생각했다. 여기서 뒤집혔다. 안내가 붙는 조건을 「연재 글」에서 「그 카테고리 글」로 바꾸면, 연재 12편이 그 칸으로 들어오면서 붙는 글이 11편에서 24편으로 늘어난다. 접는 게 통로를 넓혔다.
그래서 뭘 바꿨나
연재를 없앴다. 12편을 카테고리로 흩고, 번호와 「몇 편 중 몇 번째」 표시를 걷었다.
우리 글은 소재 규칙 때문에 전부 단독으로 완결되는데, 번호가 그 사실을 가리고 있었다. 05/12 를 떼는 것만으로 「너는 늦었다」는 신호가 사라졌다.
덤이 하나 있었다. 연재와 옆 칸의 주제가 사실상 같았다. 같은 얘기가 두 칸에 나뉘어 있었던 것이다. 접으니 그 겹침이 저절로 풀렸다.
남은 생각
파는 물건이 있으면 무료로 주는 것을 「얼마나 깊게 줄까」로 조절하려고 한다. 그런데 이번에 걸린 건 깊이가 아니라 모양이었다.
같은 내용이라도 낱개로 흩어 놓으면 「기록」이고, 번호를 붙여 이어 놓으면 「교재」다. 파는 게 교재면, 무료로 교재 모양을 만들면 안 된다.
기준은 이미 문서에 적혀 있었는데 여덟 달 동안 못 봤다. 적어두는 것과, 그 기준으로 지금 만들고 있는 걸 비춰보는 것은 다른 일이다.